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뺑덕, 배유안 장편소설 - 나쁜 부모와 너무 착한 아이들

웹툰 <그녀의 심청>을 아주 아주 재밌게 읽었던 터라, 배유안의 장편소설 <뺑덕>에게로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. 뺑덕은 '심청전'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소년 뺑덕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. '심청전'의 스핀오프 격이다.

<그녀의 심청>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이지만 <뺑덕>을 읽으면서도 세상에는 참 나쁜 부모들이 많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. 그에 비해 그들의 아이들은 착해도 너무 착했다.

소설 <뺑덕>에서는 뺑덕 어미의 아버지는 돈 몇 푼에 딸을, 그러니까 뺑덕 어미를 첩으로 팔아먹었고, 뺑덕 어미의 오빠는 그 돈을 노름으로 다 날려 먹었다.

뺑덕을 낳았던 어미는 본처가 아들을 낳자 아들을 뺏기고 쫓겨나는 기구한 팔자가 시작된다. 주막에서 술장사를 하던 뺑덕 어미는 몇 번 서방질을 했지만 돈만 잃고 만다. 그간 뺑덕 어미는 아들을 한 번도 찾지 않았다.

심봉사는 눈을 뜨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을 바치겠다고 땡중과 덜컥 약속하고, 심청이는 아버지가 눈만 뜰 수 있다면 기꺼이 몸을 던지겠다며 바다로 향한다.

심봉사는 그 어린 딸에게 가사는 물론 돈벌이를 시키고,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눈을 위해 겨우 열여섯 난 딸을 바다에 팔아 처먹은 매정한 인간이다.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?

조선시대 효사상이 얼마나 급했다고 해도 아동 학대에 가까운 이런 이야기를 유포했다는 것은 그 저의가 심히 의심스러운 일이다. 

세상에서 가장 착하고, 가장 열심히 일하고 - 뺑덕과 심청은 모두 열여섯도 아닌 어린 소년소녀들이다. 이들에게 노동을 시키는 발상을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, 그럼에도 뺑덕은 무엇이든 다 이해할 수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속이 깊은 아이다. 

세상에는 왜 이렇게 나쁜 부모들이 많을까?